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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빈서혁
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6-11-05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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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공론은 약사문인회와 손을 맞잡고, 약사의 삶 속에 스며 있는 감성과 사유를 문학의 언어로 풀어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 코너에서는 시와 수필을 통해 약사들이 마음속에 품은 이야기들이 조용히 피어납니다. 김정희 약사 제공. 입추 지나고 처서가 지났는데도 매일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 창문을 열면 제일 먼저 화초들에 눈이 간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에어컨의 열기와 소음을 잘도 견뎌내고 있는 사랑스러운 생명들. 나의 베란다 정원에는 수채화 물감을 풀어놓은 듯, 철 따라 각양각색 꽃들이 피어난다. 사과나무, 관음죽, 군자란, 도자기 화분에서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동양란과 서양란, 키 작은 채송화, 맨드라미, 사랑초, 그리고 예쁜 꽃이 통째로 피어있는 제라늄, 봄의 전령사와도 같이 호들갑을 떨며 예쁜 진분홍색 꽃을 피워낸 영산홍까지. 영산홍은 꽃 피는 시기가 짧고 꽃이 진 자리가 너무 지저분해 빗자루로 쓸어내며 힘들다고 투덜대기도 했다. 베란다 정중앙에 자리를 잡고 10년째 꿋꿋이 여름도 겨울도 견디며 하얀 꽃을 피워준 '나의 사랑초'는 오늘도 내게 변함없는 애정을 보낸다 바다이야기기계 . 해외여행으로 장기간 집을 비워 물 한 번 주지 않았는데도 베란다 정원을 지켜준 눈물겨운 풀꽃이다. 투박한 플라스틱 화분에서 기죽지 않고 풍성하고 예쁜 꽃을 피워주던 제라늄. 물을 주며 생각했다. 올여름 잘 이겨내고 서늘한 가을 오면 우아한 도자기 화분에 옮겨 심어 그동안 미안했던 마음을 보상하겠다고. 이런 나의 바람이 무색하게 제라늄에 큰 시련이 닥쳐왔다. 무더운 날씨에 줄기가 가늘어지며 잎이 노랗게 말라 있었다. 곧 시원한 바람 불 테니 하며 별걱정을 안 했다. 너무 방심했던 탓일까. 물을 주려고 자세히 살펴보니 여기저기 물러서 뿌리까지 상해 있었다. 제라늄과 마지막 인사인 줄도 모르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제라늄은 고온 다습한 여름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물도 일주일에 한 두 번, 겉흙이 마르지 않을 정도면 되는데 혹독한 더위에 잎이 마를까 아무 생각 없이 듬뿍 주고 있었다. 바다신2 게임 스러져간 몸을 열어 자신의 마지막 날임을 생각하며 얼마나 안간힘을 썼을까. 앙상한 가지만 남은 제라늄을 신문지 위에 눕혀 잔 줄기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토분을 말끔히 비웠다. 또 한 개의 빈 화분이 베란다에 쌓였다. 켜켜이 쌓인 그리움도 함께. 옆에 있는 식물들을 천천히 살폈다. 시든 잎과 잔가지들을 정리하고 뽀얗게 먼지 앉은 잎을 조심스레 닦아냈다. 아직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여린 생명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이른 아침, 불어오는 바람의 결이 며칠 전과는 완연하게 달라졌음을 느낀다. 온 세상을 끓게 하던 여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덩쿨 장미가 붉은 꽃을 피웠던 여름은 지나갔다. 서늘한 바람 불어 길가에 한들거리는 코스모스를 보면 뜨거운 여름날 쓰러져간 제라늄 생각에 마음 슬퍼지겠지. 나는 내년 봄, 화원 앞을 지나며 예쁘게 꽃핀 제라늄 화분을 들여 놓을 수 있을까. 이제는 여름에도 꿋꿋이 잘 버틸 수 있는 식물을 선택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또 한 번 풍성하고 아름다운 제라늄을 맞이할 수도. 김정희 2019년 한국산문 등단 2021년 수필집 <동화였을가 그 봄날이> 출간 한국약사문인회 회원 한국산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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